남자 형제라 그런지 서로 챙기는 걸 못한다기보다 안 합니다. 오히려 서로 못 챙기기를 바라며 놀립니다.
그런데 밖에서는 다릅니다. 가방이 열린 채로 등교하는 동생 가방을 형이 닫아 줍니다. 얼마 전에는 동생 우산이 차도로 날아갔는데 형이 뛰어가 주워 왔다고 합니다. 제가 본 건 아니고, 동생이 자랑하듯 말해 줬습니다.
이 구절을 읽어 주다가 아이가 오랑캐가 뭐냐고 물었습니다. 글을 모르고 먹고 입을 것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답했는데, 나중에 보니 틀린 설명이었습니다.
夷狄(이적)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예(禮)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. 옛 중국이 자기 기준 밖의 이웃을 부르던 이름이고, 그 바깥에는 우리 조상도 있었습니다. 동이(東夷)라고요. 夷라는 글자에는 큰 대(大)에 활 궁(弓)이 들어 있습니다.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라는 데서 왔다고 합니다.
그러니까 이 구절은 가난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안과 밖을 가르는 말이었습니다. 그런데 우리 집은 그게 거꾸로입니다. 집 안에서 오랑캐처럼 굴고, 집 밖에서 형제가 됩니다.
정작 형은 우산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.